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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동자의 꺼지지 않는 꽃 등불!

박인애

그대, 보고싶다.
우리는 그대를 보낼 수 없다.
지하 사무실에서 그대를 처음 만난 날
혀가 짧아 말은 더듬으면서도
두 눈빛은 푸르게 살아있어
우리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 때 첫 눈에 명한이는 틀림없는 놈
끝까지 함께 갈 동지
진국이라고 믿어버렸지
그대는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말했지
그리고 노동자 당을 만들겠노라고 말했지
그렇게 십 수년을 한자리에서
우직하게 꽁꽁 박혀 있으며
우리에게 쉼 없이 말을 했지
때로는 그대의 말이 무엇인지 몰라
답답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대는
"내 말 좀 들어봐요." 외쳤다.
투쟁하지 않는 조직은 조직이 아니라고
노동조합이 가진 놈들의 손에 와해되고
조직이 저들의 폭력만행에 짓밟혔을 때에도
그대는 울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자본가와 맞서 싸우겠노라고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였다.
자본가 세상이 진실을 외면하고 정의를 버렸으니
우리가 잘난 놈들의 세상을 바꾸자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으로
한 번 바꿔보자고.

그대가 노동조합의 사무국장 후보로 출마하던 때
불쑥 증명사진을 내밀고
씩- 웃으며 물었지
"자알 나왔지요?"
그 사진에서 그대는 이미 늠름한
노동조합의 사무국장이었다.
선배들을 조르면서 유세문을 봐 달라
연설을 들어 주라
과거의 선거 경험을 말해 달라
한 자락이라도 놓치면 질세라
밥 사가며, 술 사가며 경청했고
그렇게 8년 수고 헛되지 않아
마침내 자랑스런 노동조합 사무국장 되었을 때
기뻐하던 그대 얼굴이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그대를 보낼 수 없다.
노동운동의 산 증인 그대
아직 우리 세상이 오지 않았다.
다수의 노동 형제들이 굴욕의 삶을 살고 있다.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오너라.
"우리 한 번 해 봅시다. 됩니다. 돼요."
모두들 지쳐 있을 때에도 홀로 투사가 되어
지친 노동형제들
정신 번쩍 나게 만들었던 명한이
아직은 아니다.
그대가 노조 일을 하면서 숱하게 고민하고
가슴아파했을 나날이 그려진다.
그래도 힘이 들면 마주잡은 그대의 손은
그대 마음처럼 언제나 넓고 따뜻했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나?”
그래서 그렇게 못 다한 그대 투쟁의 길을
출근 길 버스에서 저승으로 이어놓았나?"
노동조합 일도 봐야 하고
노동자 당도 만들어야 하고
장가도 가야 하는데

그래, 명한이!
그대는 지금 우리 가슴에 낙인처럼 생생히 박혔다.
그대는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
우리가 그대를 기억하마
우리 아이들이 그대를 기억하게 하마
여기,
노동운동에 목숨 걸고 영혼마저 불사른
한 젊은 전사가 살았노라고
부당한 자본주의 사회에 양심을 팔 수 없어
노동해방 전선의 전사가 된
한 노동자가 살았노라고.
그 이름 김 명 한
안산 신흥 노동조합 사무국장
진보 정치 연합 회원
민주 노동당 당원
우리는 결코 그대를 보내지 못한다.
그대 길을 걸으며 그대를 따르마
노동운동의 꽃 등불 김명한 동지여!
우리 노동자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노동해방, 인간해방, 평등의 새 세상으로
환히 불 밝히소서!